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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본격시행 / 박효인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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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종합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시행 / 박효인 KBS 기자

52시간 근무 본격시행 “일은 짧고 굵게”…“공짜 야근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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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화면 캡처>

 

주 52시간 근무제가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가 지난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는 계도 기간이어서 제도를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제 본격 시행을 맞아, 52시간제가 그동안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허점은 없는지 짚어본다.

5시 땡 퇴근! "업무시간 잡담 사라졌어요."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이마트 본사 사무실, 직원들은 저마다 퇴근할 준비를 합니다. 컴퓨터는 끄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10분 후면 저절로 꺼지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근무를 할 수 없게끔 컴퓨터마저 '오토 오프(Auto Off)' 기능이 설정됐습니다.

이마트 본사에서 퇴근시간이 6시에서 5시로 앞당겨진 지 15개월이 넘었습니다. 2017년 12월, 모기업인 신세계가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다 마쳐야 하니, 사무실에서 직원들 여유는 사라졌습니다. 정혜영 씨는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하거나 이런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고요. 불필요한 업무나 회의 같은 게 많이 간소화됐어요." 대신 업무에 대한 집중력은 높아졌고 효율도 좋아졌습니다.

"아빠가 일찍 와서 좋아요!"

야근이 사라지면서 빨라진 아빠의 귀가는 풍요로운 저녁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하루 종일 아빠를 기다려 온 아들 하준(9살) 군이 현관까지 달려와 안깁니다. 아빠와 몸으로 뒹굴며 함께 노는 시간은 자녀들에겐 천국입니다. 아빠 윤창호 씨 역시 자녀들과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늘면서 관계가 훨씬 더 돈독해졌다고 말합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누는 저녁식사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가족과 식사하는 하준(9)군의 즐거워 하는 모습가족과 식사하는 하준(9)군의 즐거워 하는 모습

"주말은 온전히 나의 것"

사라진 야근은 직장인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퇴근 후 짬을 내어 자기계발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영어학원으로 달려가던 게 전부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음악과 미술, 운동, 게임 등 각양각색입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던 회식이 뜸해지면서 그 시간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월요병을 걱정하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진 김아름 씨는 휴일마다 미술학원을 찾습니다. 김 씨는 "출근 시간도 여유롭고 퇴근 시간도 딱 맞춰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휴일에 미술 학원을 찾는 직장인들휴일에 미술 학원을 찾는 직장인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교육ㆍ오락 관련 지출이 최근 7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에 치여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일명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듯 합니다.

52시간은 남 얘기…처벌 피한 '꼼수 근무' 여전

하지만 여전히 당국의 눈을 피해 초과근무하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금융 관련 조사업체에서 근무 중인 10년 경력의 박모 씨. 마감일을 앞두고는 한 주에 초과근무만 30시간에 이를 정도로 일에 치여 살고 있습니다.

수당은 제대로 받고 있을까요? 박씨는 수당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말합니다. 연봉에 초과근무 수당이 함께 포함된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더 충원해주면 좋겠지만, 아직은 바람일 뿐입니다.

초과근무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라고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중인 김모 씨. 보건업의 경우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지만, 이 병원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간호사 업무 특성상 환자 파악과 돌봄이 최우선이라 초과근무가 일쑤입니다. 3교대로 근무시간도 빡빡한데 조기 출근이나 잔업을 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병원에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있습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기록하는데 쓰는 장비인데요. 김씨는 근무시간이 돼야만 로그인 할 수 있게끔 병원에서 강제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씨는 "근무시간 전에 환자를 파악하고 싶으면 전(前) 근무자, 가령 이브닝(저녁) 근무이면 데이(주간) 근무자의 아이디를 빌려서 로그인하라고 지시를 내린 데가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일부 간호사들은 초과 근무를 하려면 '병원의 필요'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각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에도 초과 근무가 일쑤인 대학병원 간호사들52시간 근무제 도입에도 초과 근무가 일쑤인 대학병원 간호사들

'돈은 없고 저녁만 있는 삶' 안 돼

52시간제 도입 8개월이 됐지만 정착까지는 아직 먼 상황입니다. 일할 사람 숫자를 늘려 과중한 업무를 나누면 좋겠다 싶지만, 사업주들은 추가고용에 난색을 표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고, 고정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잘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해왔던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배악화가 우려되는데 특히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고용감소가 저임금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쉽다고 말합니다.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투 잡'을 뛰는 어려움도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자리 나눔,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자리 나눔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좀더 장려금을 주면서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히 "영세 중소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세제부터 시작해 기업에 대한 SOC, 일터 혁신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범법자'를 양산하는 단속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계도기간은 끝났습니다. 고발이 들어올 경우, 조사해서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처벌을 할 겁니다. 그리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이 확정되면 해당 기업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판단할 계획입니다.


"주52시간 근로제…건강한 삶 위한 출발점"

사무실의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킵니다. 달력을 보면서 이번 주에 나의 초과근무가 어느 정도였는지 헤아려봅니다. 다행히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무겁습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만난 분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하지도, 받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사회 곳곳에 정말 많을 겁니다. 초과근무가 줄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월급이 줄어들텐데 어떻게 생활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저녁 있는 삶인지", "더 벌고 싶으면 '투잡', '쓰리잡'이라도 하라는 건지".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모두가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계도기간 동안에 나온 부작용들을 꼼꼼하게 보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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