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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장남 조양호, 비운의 말년 보내고 돌연 사망 / 변기성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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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종합

한진 장남 조양호, 비운의 말년 보내고 돌연 사망 / 변기성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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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 화면 캡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 미국 LA에서 돌연 숨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진 측은 조 회장이 '숙환(오래 묵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짧게 밝힌 상태인데, 조양호 회장이 상대적으로 젊은 데다(향년 70세) 그간 건강에 별다른 문제 없이 재계 활동을 이어갔던 터라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물류 산업 1세대, 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

조양호 회장은 대한민국 물류 산업의 1세대로 꼽히는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입니다. 고 조중훈 회장은 한국전쟁 전후 미군 물자 수송을 따내며 한진그룹을 운송 및 물류 전문 재벌로 키워냈는데, 196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부실상태였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조중훈 회장은 1988년 올림픽 개최와 1990년대 해외여행 붐을 타고 대한항공을 우리나라의 대표 항공사로 키워냈지만, 1999년 KAL기 추락사고에 책임을 지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물려받았고, 부친 작고(2002년) 후인 2003년 한진그룹 회장을 맡으며 2세 시대를 열었습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한진해운,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이 독립하긴 했지만, 재계 10위권을 유지하며 무난하게 그룹을 운영해가던 조양호 회장에게 결정적인 악재가 닥친 건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였습니다.

■ 잇단 '가족 리스크' 터지며 그룹 이미지에 먹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던가요.

2014년 12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며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립니다.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객실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유턴시킨 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할 것으로 요구하고 기장이 이에 따름으로써 항공편이 예정보다 46분가량 지연됐던 사건입니다.


총수 일가의 전형적인 권한 남용이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한 전형적인 '갑질' 횡포에 전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습니다.

조현아 부사장이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이고 부친 조양호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희대의 사건을 외신도 비중 있게 다뤘는데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둘째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서 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잔에 담긴 물을 뿌리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이번에는 당시 상황을 담은 음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한진 일가(一家)의 민낯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1983년생인 조현민 전무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회사 간부에게 욕설을 퍼붓는 영상이 공개된 거죠.

이어 두 자매의 모친이자 조양호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만행도 폭로됩니다.

운전기사에게 욕을 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이 신고 있었던 신발을 벗어 던지는가 하면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집니다.

직원에게 직접 발길질하고 서류 뭉치를 들어 패대기치는 영상도 공개됩니다. 이런 일을 늘 봐왔다는 수많은 관계자의 증언과 함께 말이죠.


[연관 기사] [취재후] “사모님 걸음마다 갑질”…폭행 피해자 8명 진술

가족이 돌아가면서 문제를 일으키다 보니 2000년에 차선 위반을 단속하던 교통경찰을 치고 달아나다 붙잡혔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의 만행도 다시금 주목을 받습니다.

이쯤 되니 경영 사퇴나 사과 정도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릅니다. 한진 그룹 일가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입니다.

■ 국내 총수 최초로 경영권 박탈 불명예…70세로 일생 마감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부결됩니다.

2대 주주(지분 11.6%)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며 조양호 회장 이사 선임을 반대한 것이죠.

이 일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불명예를 안고 20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발동한 것이 처음인 데다 일탈행위를 한 재벌총수를 견제한 첫 사례다 보니 언론에서도 크게 다뤘습니다.

그러고서 약 열흘 뒤, 향년 70세로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참으로 냉정합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 날 오전, 관계사인 한진과 한진칼 주가는 10% 이상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대한항공은 이사 연임에 실패한 후라 그런지 상승률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당장 주식 시장 반응은 이러한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우리 경제사에 어떤 인물로 남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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