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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자살 1위 오명 벗으려면 / 채정호 KBS 객원해설위원

기사입력 2019.10.0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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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보도 화면 캡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만삼천육백여 명에 이릅니다. 한 해 전인 2017년보다 9.7 퍼센트나 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민관의 노력에 힘입어 자살률은 좀 줄고 있었는데, 다시 늘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국민 중에 매일 37.5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약 38분 정도마다 한 명씩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니, 이 수치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할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최고 수준입니다.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OECD에 합류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살률 순위가 1위에서 2위로 떨어졌었지만, 이젠 다시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노인 복지 문제와 연관이 돼 계속 높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40대 이하의 젊은 연령층의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자살이 10대에서 30대 인구의 사망원인 가운데 1위이고, 사오십대에서는 2위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 질병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건 충격적입니다. 자살은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데, 우리 젊은 세대가 그만큼 희망을 많이 잃었다는 걸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자살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문제, 가정문제, 성적과 진로 문제, 업무 문제 등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론 지나친 물질주의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풍조, 과도한 경쟁 등이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우리가 만든 문제들입니다.

    어둠이 깊을 때에는 작은 빛도 큰 도움이 됩니다. 주변에 혹시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손을 내밀어주고,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주며 힘들다는 것을 잘 듣고 알아줘야 합니다. 조기에 정신건강전문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 모두가 생명의 귀중함을 깊게 새기도록 해야 합니다. 자살률 1위 국가란 오명을 그래야 벗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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