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KBS 보도 화면 캡처>
■ <인간극장>에 담긴 유진박, 그리고 매니저
2년 전, KBS 1TV <인간극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전파를 탔습니다.
2017년 5월 15일부터 5일간 방송된 인간극장에서 <헤이, 유진>이라는 제목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가 전해진 거죠.
유진박의 근황을 전하면서 함께 소개된 인물이 있습니다. 매니저 김 모 씨입니다.
인간극장에서 유진박과 김 씨는 동고동락하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그려졌습니다. 유진박은 1990년대 전성기에 섰던 무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무대에 서고 있었지만, 미래를 함께 꿈꾸는 사이로 말입니다.
당시 인간극장에서 유진박은 "사장님(김 씨)과 만난 뒤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유명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도 "사람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의 유진박을 응원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줬습니다.
'미국에서 활동을 하며 그래미상을 받자'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두 사람의 의지는 두텁게 그려졌습니다.
■매니저 김 씨,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해
유진박과 김 씨 두 사람의 두터운 믿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 듯 싶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매니저 김 씨를 고발한 겁니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매니저 김 씨가 유진박 명의로 사채를 쓴 것만 2억 원가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유진박의 출연료를 횡령한 돈도 5억 600만 원에 이른다는 게 센터의 설명입니다.
센터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상파 방송국 PD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게 돼 지난 23일에 고발했다"면서 "김 씨는 제주도의 토지를 유진박 몰래 처분한 것도 고발장에 담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강서경찰서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했습니다. 강서경찰서는 지난주에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아직 김 씨를 조사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매니저 김 씨 “유진박과 나는 경제 공동체”
매니저 김 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김 씨는 유진박을 미국에서 발견하고, 한국에서 데뷔시킨 사람입니다. 유진박의 90년대 전성기를 이끌고, 유진박과 김 씨는 1999년까지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유진박과 김 씨는 헤어졌다가 2015년에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게 맞다"면서 "유진박을 1년 중 하루도 쉬지 않고 돌보고 있었고, 유진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함께 썼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진박을 돌보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해 스포츠 관련 배팅에 손을 댄 것도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20년 전 유진박을 키운 장본인이라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며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비용 충당을 위해 사채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유진박과 나는 경제공동체다, 함께 살고 있었고, 조울증을 앓는 유진박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데 미숙하니까 내 월급과 아파트 월세 등을 유진박 통장에서 찾아썼다"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