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 화면 캡처>
지구촌에서 힘 꽤나 쓴다는 나라들 정상이 모이는 게 바로 'G20정상회의'입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질서를 만들어 온 회의체 중 하나입니다. 올해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는데 기존 20개 나라 외에 주최국이 초청한 나라와 국제기구들의 정상까지 모두 38명의 정상이 모였습니다. 역대 최대규모였다고 합니다. 여러 나라 정상들이 모이다보니 끼리끼리 회담을 많이 합니다. 이른바 양자회담이죠. 문재인 대통령도 모두 8개 나라 정상과 만남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주인격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의 만남은 일정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도 주최국 정상이다보니 19명과 만남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의 정상과는 만남이 계획되지 않았습니다. 약식 회담이 갑작스레 잡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적어도 첫날까지,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깜짝'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다만 두 나라 정상은 공식 환영식에서 짧게 인사만 나눴습니다. 회원국 수장들이 행사장에 입장할 때 아베 총리가 맞이하는 자리였습니다. APEC 정상회의 때 만나고 7개월 만이었습니다.
■ '어색함' 감출 수 없던 8초…마크롱과는 '포옹'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8초 정도였는데 짧은 순간에도 '어색함'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카메라를 향해 돌아설 때, 곧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맞이할 때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아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반갑게 포옹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 손으로 아베 총리를 감싸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상을 맞이할 때도 아베 총리는 환희 웃어보였습니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도 만났지만 이때도 양자 회담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나라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회의는 외교의 장입니다. 정식회담부터 약식회담까지 다양한 양자회담이 열립니다. 이번 G20 회의 이틀 동안 문 대통령은 8개 나라 정상과 회담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일본은 빠져 있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G20 회의 전 일본에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선 반응이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 재일동포 "한일관계,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
정상회담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두 나라 관계가 얼어붙은 건 '강제징용'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일본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문제라면서 반발했고, 이후 한일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됐습니다. 그 여파는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는 G20 회의 직전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한일관계가 나빠진 것을 피부로 느끼는 건, 누구보다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입니다. 문 대통령이 그제 오사카에서 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재일동포들은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한일관계는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 재일동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재일동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재일동포 사회의 발전도 어렵다" (오용호 민단 오사타 단장)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징용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해결책을 내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냈는데 일본에서 거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해결책, '솔루션'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당장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 냉랭함에도 여사 만남에선 '웃음꽃'
냉랭한 한일관계에도 여사들의 만남에는 온기가 돌았습니다. 김정숙 여사와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지난 28일 환영 차담회에서 환희 웃으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아키에 여사는 열렬한 한류팬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 배용준과 박용하의 팬입니다. 한국어 과외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행사에도 종종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아키에 여사의 이런 친근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보면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에서 '더 가까워지는 이웃나라, 일본'을 마음 속에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본의 '오늘'을 보면 아직 가까워지긴 멀었구나, 아니 '점점 더 멀어지는 이웃나라, 일본'을 마음 속에 그리게 됩니다. 일본이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을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솔루션'을 내야하는 건 대한민국이 아니라 일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