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 화면 캡처>
"국회의 비정상, 우리 당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닙니다.
하루 속히 최고위원회가 정상화되서 국회 실종, 민생 실종, 외교 실종 난맥에 대안을 제시하고 바로잡는 데 민주평화당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일치단결해서 노력하게 되길 바랍니다."
-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26일 당 최고위원회의)
84일만에 여야 5당이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정상화'가 필요한 한 곳이 더 있습니다. 지난 10일 이후 반쪽 지도부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민주평화당 얘기입니다. 당 대표가 나서서 일치단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내홍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박주현'은 마지막 물방울일 뿐..."1년 가까이 쌓인 갈등 넘친 것"
국회의원에게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아침회의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방송 카메라가 도열하고 취재진이 북적대는 정당의 아침회의에는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아무나 참석할 수는 없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같은 소수의 지도부만이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이어갑니다.
그런 발언권이 있어야 국민을 향해 자신의 정치철학과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기를 쓰고, 당 대표 선거, 최고위원 선거에 뛰어들고 당의 지도부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이유입니다.
지난10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 정동영 대표가 박주현 최고위원을 임명하면서 이에 반발한 유성엽 원내대표와 최경환 최고위원은 이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10일 아침 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박주현 수석대변인을 임명했습니다. 정 대표가 최측근 인사인 박주현 수석대변인에게 최고위원 한 자리를 준 셈인데요. 당장 유성엽 원내대표와 최경환 최고위원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2주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북 출신 일색인 당 지도부에 지명직 최고위원만이라도 전남으로 지역을 안배하자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게 유성엽, 최경환 의원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민주평화당 한 당직자는 "박주현 최고위원 임명은 마지막 물방울이었을 뿐, 정 대표 체제 1년 가까이 정치노선과 당 운영방식 등을 두고 차곡차곡 쌓여온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최고위원 임명을 계기로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당 대표 선출 이후 진보에 가까운 정동영 대표, 즉 당권파의 정치노선과 중도보수로 볼 수 있는 비당권파의 입장은 노동정책과 복지정책 등 현안 논의 때마다 부딪혔습니다. 기자들이 지켜보는 지도부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평화당이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문제를 놓고 특히 갈등이 컸었는데요. 4.3 보궐선거 이후 정 대표는 다시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자고 했지만, 유성엽 원내대표는 공개반대했습니다.
"정의당과의 공조가 필요했던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만큼, 총선을 앞두고 정치노선이 다른 두 당이 국회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게 크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당 주도권 싸움이 핵심"...4+1 회동 이후 민주평화당은?
반쪽 회의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평화당 한 중진의원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서로가 샅바 싸움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자강론'을 앞세우는 당권파와 '제3지대' 등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비당권파의 당내 주도권 싸움이라는 건데, 정 대표가 박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한 배경에도 '더 이상은 밀리지 않겠다'는 결단이 깔려 있다는 겁니다.
갈등이 켜켜이 쌓이는 와중에 정동영 대표는 26일 당 대변인단 일부를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정 대표 측은 "당내 갈등과 상관 없이 지역위원장 등에게 정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비당권파는 "사전고지도 없이 대표 쪽 사람들로 인선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평화당의 창당 주역들이었던 천정배.박지원.장병완.유성엽 의원과 정동영 대표가 만나는 '4+1회동'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최경환 최고위원은 "원래 이번 주에 만나려 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 다음주엔 4+1 회동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만나 해결될 일은 아니고, 여러 번 만나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홍이 당장 수습될 성격의 것은 아니란 겁니다.
일각에서는 "4+1 회동에서 정동영 대표의 거취문제도 언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 대표는 "어떻게든 잘 수습해서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렇게라도 관심을 주시니 감사하네요"
절대 유쾌할 수 없는 내홍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평화당의 한 의원은 이런 관심이라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당 지지율 1%, '리즈시절(전성기)'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화당의 성적은 꼴찌입니다.
지역구 의원 14명에 비례대표 2명. 지역구는 전북.전남.광주에 국한돼 있고, 비례대표 2명(박주현, 장정숙)의 평화당에서 활동해도 소속은 바른미래당입니다.
'호남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초기의 고민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치(?)에 가깝습니다. '자강'이냐, '제3지대'냐...이번 내홍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또는 내년 총선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당의 명운이 달렸습니다.
'5.18망언 처벌 특별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민주평화당은 거대 양당이 틀어쥔 국회에서 사이다 같은 논평과 법안 발의로 종종 존재감을 드러내 왔지만, 계속된 내홍으로 자조 속에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4+1' 회동의 결과로 민주평화당은 1% 지지율 성적표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