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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파원리포트] 특종하고 날아간 회장…日 NHK ‘장악’되나? / 황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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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종합

[KBS 특파원리포트] 특종하고 날아간 회장…日 NHK ‘장악’되나? / 황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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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당히 낡은 인간입니다. 솔직히 (집에선) 컴퓨터나 인터넷도 안 써요."

모 종편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연인'의 말이 아닙니다. 일본 공영방송 차기 수장의 고백입니다. 일본 3대 거대은행을 이끌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에다 데루노부(前田晃伸·74) 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회장. '컴맹'임을 자인한 그는 1월 25일에 3년 임기 NHK 회장에 취임합니다.

NHK는 경영 재원의 96%(2018년 7,253억 엔·한화 7조 7천억 원)를 수신료에서 얻습니다. 그런데 젊은 층은 갈수록 TV를 보지도, 심지어 TV 수상기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NHK는 해법을 찾았습니다. 오는 4월부터 TV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도 동시 전송합니다. 수신료 징수 범위를 PC나 스마트폰으로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5년간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비원(悲願)이자, 현 회장이 쟁취한 최대 치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에다는 지난해 말 열린 회장 내정 회견에서 "(프로그램) 상시·동시 전송이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수신료·제작비·인건비 등 현안 질문마다 "그건 정말 모르겠어. 이제부터 공부할 거야"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회장) 지명에 나 자신도 놀랐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놀란 쪽은 외려 기자들이었습니다.

NHK 회장 교체를 주도한 이시하라 NHK 경영위원장(왼쪽)과 마에다 데루노부 신임 NHK 회장. [출처: 일본 교도통신]
 
NHK 회장 교체를 주도한 이시하라 NHK 경영위원장(왼쪽)과 마에다 데루노부 신임 NHK 회장. [출처: 일본 교도통신]

NHK 회장 교체는 전격적이었습니다. 우에다 료이치(上田良一·70) 현 회장은 경영 수완이 좋았습니다. NHK 상근 경영위원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공영방송 실무에도 정통했습니다. 정치색 또한 도드라지지 않았습니다. "후임으로 그만한 인물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상당했습니다. 연임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생각지 못한 역풍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9월, NHK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거대 우편·금융그룹인 '일본우정'(日本郵政)의 부적절한 보험 판매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보도는 금융청 조사로 이어졌습니다. 보험 상품의 대규모 부정 판매가 사실로 확인됐고, 일본우정 사장단 3명은 방송 3개월 만에 동반 사퇴했습니다. 칭찬이 기대됐습니다.

KBS 이사회에 해당하는 NHK 경영위원회. 위원 12명은 일본 총리가 지명해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출처: NHK 홈페이지]
 
KBS 이사회에 해당하는 NHK 경영위원회. 위원 12명은 일본 총리가 지명해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출처: NHK 홈페이지]

하지만 '특종'의 상처는 깊었습니다. 방송 이후 스즈키 야스오(鈴木康雄·69) 일본우정 부사장은 NHK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를 집요하게 괴롭혔습니다. 그는 총무성 최고위 관료인 사무차관을 지냈고, 이를 발판삼아 일본우정 임원 자리를 꿰찬 인물입니다. 일본우정이 총무성 산하 특수회사이기에, NHK 경영위원은 총무성이 추천하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경영위원회는 결국 우에다 회장을 '엄중 주의' 처분했고, 회장은 직접 일본우정 측에 사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후속 보도까지 지연되면서 NHK는 "외압에 굴복했다"는 욕까지 덤으로 먹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달 10일, NHK 회장 교체 소식을 전하면서 ‘총리관저의 그림자’라는 제목을 달았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달 10일, NHK 회장 교체 소식을 전하면서 ‘총리관저의 그림자’라는 제목을 달았다.

일본 언론은 '우에다 퇴출'의 좀 더 내밀한 배경을 전했습니다. "총리관저는 '우에다 회장이 야당에 너무 신경을 쓰고, 정권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장악력이 약하다'는 불만을 품고 있었다"(마이니치신문)는 것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우에다를 두고 '도탄바'(土壇場)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도탄바'는 에도(江戶) 시대, 죄수를 참수하기 위해 흙(土)을 쌓아 올린 단(壇) 형태의 '사형 집행장'을 뜻합니다. 임기 막판, 정권에 불편한 보도로 순식간에 포박당한 뒤 단두의 칼날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였다고 본 겁니다.

NHK 경영위원회는 대신 방송 실무, 저널리즘 철학의 '문외한'인 마에다를 회장으로 밀었습니다. 경영위원 12명 만장일치였습니다. '퇴출'과 '이식'의 구조는 같았습니다. 총리관저는 NHK 경영위원회 인선에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마에다는 '총리관저 인맥'으로 분류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후원하는 재계 모임인 '사계회'(四季會)에 자주 얼굴을 비친 걸로 전해집니다. 현 회장 퇴출을 이끈 일본우정 부사장은 정권 실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가깝습니다. 곳곳에 총리관저의 입김이 서려 있습니다.

모미이 가쓰토 전 NHK 회장. 그는 재임 기간 내내 위안부·독도 관련 극우적 망언으로 자질 논란을 빚었다.
 
모미이 가쓰토 전 NHK 회장. 그는 재임 기간 내내 위안부·독도 관련 극우적 망언으로 자질 논란을 빚었다.

NHK 구성원들은 착잡합니다. '관저가 주도한 인선', '관저가 조종하기 쉬운 사람'이란 평을 받는 인물이 재등장한 탓입니다. 바로 우에다의 전임자, 모미이 가쓰토(籾井勝人·77) 전 회장의 '데자뷔'(기시감)입니다. 그는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취임 후 NHK 경영위원회에 측근을 대거 투입한 뒤 회장으로 앉힌 극우 성향 사업가였습니다.

2014년 1월 취임 회견 때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걸 (NHK가) 왼쪽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입장과 동떨어진 것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희대의 발언을 남겼습니다. 공영방송 수장이 총리 국가관에 복무한 기간, NHK는 '아베 채널'이란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권력 독립성이 후퇴했고, 제작 자율성도 훼손됐습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NHK 본사 전경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NHK 본사 전경

KBS 일본지국은 도쿄 시부야(澁谷) NHK 본사 안에 있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NHK 직원은 "모미이 회장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다시 현장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몇 해가 흘렀지만, 강호의 실력파들이 아직도 NHK 지역 방송국을 전전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어온 터입니다. 더 이상의 말은 꺼렸지만, 정치에 민감한 경영 간부들의 통제와 NHK 구성원들의 소극적 합리화를 우려하는 눈치였습니다.

마에다 신임 NHK 회장은 "아베 총리의 사모임 일원 아니냐"는 질문에 "권력을 가진 정권이 언론 감시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을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에겐 2008년 NHK 경영위원으로 추대됐다 국회 동의 과정에서 부결된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민주당 정권 때였습니다. 11년이 지나 '회장 취임' 형태로 복수를 이룬 셈입니다. 집권 자민당은 그의 무혈입성을 도왔습니다.

새 선장은 'NHK호'(號)를 어디로 이끌까요. "제대로 공부한 뒤 구상을 밝히겠다"며 그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취임 회견은 오는 25일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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