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 계약갱신청구권 안 쓸 테니, 이사비 달라?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 씨는 지난해 7월 직장 근처로 이사하면서 원래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놨습니다. 이른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겁니다. 김 씨는 세금을 피하려고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집을 팔기를 원했고, 마침 1년 전세 계약을 원하는 세입자가 있어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입자도 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입자는 1년 뒤 계약이 종료되자, 김 씨의 전화를 피하더니 "임대차법상 계약은 기본 2년이 보장된다"며 1년을 더 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1년을 더 기다린 김 씨는 최근 다시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이사비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씨는 "중개사로부터 연락이 가면 집 좀 보여줄 수 있냐고 세입자에게 얘기했더니 '그럼 이사비를 당연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자, 세입자가 계속 살 마음이 없는데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사비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전세가 껴있는 집은 요즘에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세입자도 이걸 다 아니까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이사비를 요구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신은 돈을 벌려고 집을 2채를 산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된 것인데 이사비를 달라는 세입자의 요구가 협박처럼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경기 용인에서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한 이 모 씨는 최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급하게 집을 팔아야 했습니다. 원래 이사를 나가기로 했던 세입자가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2년 뒤에나 집주인이 실거주 할 수 있는 매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6.17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가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구입해 다주택자가 된 경우,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회수됩니다. 이 씨는 "시세보다 20% 낮게 팔면서 1억4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계약서에 안 쓰고 월세 50만 원 달라?
전세난에 세입자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2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이 모 씨는 내년 1월 2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더니, 집주인이 월세 50만 원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계약 갱신을 하는 대신, 계약서에 쓰지 않고 월세 50만 원을 더 달라며 '이면계약'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들을 실거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이 씨가 월세 50만 원 추가 부담은 어렵다고 하자, 집주인은 다시 월세 35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이 씨는 "근처 집값이 많이 올라서, 통화할 때마다 집주인이 현재 전세 시세를 계속 언급했다"며, "월세를 계속 직접 언급하는 걸 보면 아들을 실제 거주시키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상담 40% 늘어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각자 나름대로 대응에 나서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전·월세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넘게 늘었습니다.
"특출난 대책이 있으면 벌써 정부가 다 했겠죠. 그러나 추가적으로 하여간 할 수 있는 최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