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골볼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A 선수. 시각 장애를 딛고 수십 년째 골볼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의 스토리는 언론을 통해 전해져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A 선수의 충격적인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A 선수는 2017년부터 서울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면서 여성과 손님 간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선수는 2009년에도 동종 범죄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후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A 선수는 징계를 받았다.
■ 골볼협회의 징계는 '견책'…'제 식구 감싸기 문화'·'셀프 감경 가능한 구조'가 원인
장애인 체육회의 상벌위 규정에 따르면 위반 행위를 불문하고 2회 위반자에게 해당 징계기준의 2배 이상 가중 처분하게 돼 있어 A 선수의 중징계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장애인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26조 2항)
그러나 A 선수가 받은 징계는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견책'이었다. 견책은 협회가 피징계자의 비위행위를 꾸짖고 경위서나 반성문 등을 제출하게 해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징계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골볼협회 상벌위원회의 의결 내용의 배경엔 '제 식구 감싸기 문화'와 '셀프 징계 감경'이 가능한 구조가 있었다.
다음은 당시 상벌위원회의 회의록 중 일부 내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정주 의원실 제공)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상벌위원들은 A 선수를 불러 성매매를 알선하게 된 이유와 잘못을 추궁하기보다는 생계를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농담을 하고 다 같이 웃는 등 엄숙한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A 선수에게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면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하면서도 상벌위원회는 결국 견책을 의결했다. A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올린 공적과 생계 문제, 그리고 사법부로부터도 이미 처벌을 받았다는 점 등이 이유다. 그러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징계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징계위 시스템도 비상식적인 징계 의결이 가능한 배경이 됐다. 골볼협회 등 산하 협회 및 단체가 징계위 1심과 재심 모두 진행하고, 의결 내용을 장애인체육회에 보고하면 된다. 단, 장애인체육회는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해당 단체에 요구할 수 있는데 이번 A 선수 사건의 경우엔 골볼협회의 견책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골볼협회는 "A 선수가 법원으로부터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그 기간인 2021년 말까지 국가대표는 물론, 국내 대회 선수등록을 할 수 없는 처분을 이미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A 선수가 모 지자체의 직장인 운동부에 소속돼 있었는데, 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만 두게 됐다면서 "추가로 징계를 내린다면 A 선수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무관용 원칙' 지켜지지 않는 상벌위…'셀프 재심' 철저히 감독해야다음은 국회 문체위 소속 유정주 의원이 제공한 장애인 체육회의 징계 현황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5년간 199건의 징계처분(징계 87건, 중징계 104건)을 의결했다. 특히 경징계 87건 중 약 24%인 21건이 '심판의 품위손상(향응제공)',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각종 대회 심판 배정 시 연맹 임직원에 의한 임의배정(승부조작) 등 월권행위' 등의 비위 행위였다. 그러나 이 같은 비위 행위는 장애인 체육회「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31조5항에 따라 징계를 감경, 사면할 수 없도록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급 단체인 장애인체육회는 골볼협회처럼 산하 단체의 비상식적인 징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묵인한 셈이다.
규정에는 산하 협회 및 단체의 법제 상벌위원회는 엄격하고 공정한 의결을 위해 법률전문가와 체육전문가, 권익보호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결사항을 감시하고 감독할 기관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 법제 상벌위원회 구성원 중 법률전문가 참석 없이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품위 유지 의무를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은 장애인체육계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