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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본궤도…일본 ‘속도’ 내고, 한국 ‘국민 지지’ 얻어야”

기사입력 2023.05.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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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양국 관계에 물꼬가 트였습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아 국내 여론은 다소 싸늘합니다. 반면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성과를 크게 환영했고, 한·일 뿐만 아니라 한·미·일 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외교원이 9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는 주제로 전문가 회의를 열어 이번 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국립외교원에서 5월 9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국립외교원에서 5월 9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한일 정상회담 이전부터 양국이 기대하는 바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경제나 안보 협력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국내에선 이와 더불어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도 초미의 관심이었습니다.

    이번 회담 결과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신각수 전 주일대사,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했습니다.

    ■ "기시다 발언 '진전' … 정부 선제적 조치 비해 속도 느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외교가 정상 궤도가 올랐다는 공통된 평가가 나왔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금까지 한국 외교 정책은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주변국을 관리해온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한국 외교의 '축'이 정상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전 정부 5년 동안 북한과 중국에 방점을 두면서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많았고 외교의 기축이 많이 흔들렸다"며 "한일관계도 상당히 어려운 장기 악화 상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전통적 외교축으로 돌아가는 전환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도 그 한 부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을 두고는 '의미있는 발언'이며 다소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총리가 본인만의 문법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는데, 총리의 발언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며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결단'으로 해석했습니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의 파격적인 결정들에 비해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은 내각 차원이 아닌 기시다 총리 개인 결단 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습니다. 차 연구위원은 그러나 "일본이 움직인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 빈 잔을 채워갈 여지가 많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가슴 아프다'는 위로의 말은 의미있는 발언"이라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일본 기업들이 주변국에 했던 정도로 사죄 등을 하고 피해자를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 과거사 문제는 역사 문제로 중장기적으로 다루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며 "투 트랙으로 가면서 협력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원폭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후쿠시마 오염수 시찰은 '성과'"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찰 파견이나 원폭 한인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 등은 대체로 성과로 꼽았습니다.

    진창수 센터장은 "시찰단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 센터장은 "이 문제는 과학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투명한 절차를 확인하고, 어떤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검증을 하는지 등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찰단이 '검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습니다.

    또 원폭 한인 피해자 위령비 참배를 두고 진 센터장은 "과거 재일 조선인들이 문제를 제기해 1999년 오부치 일본 총리도 참배를 하게 된 것"이라며 "한일 정상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전 대사도 "원폭 한인 피해자 위령비는 일본 정부가 만든 게 아니라 우리 쪽 민간에서 나서 만든 것"이라며 "진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차두현 연구위원은 "양국은 사이버 테러 등 비슷한 위협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정보 공유 등 협력 가능한 부분들이 있어 경쟁 상대로만 보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일본 호응 '속도' 아쉬워... 국민 설득 위한 우리 정부 노력도 필요"

    그러나 일본 측 호응의 '속도'가 아쉽다는 건 대체로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또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설득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진창수 센터장은 "윤 정부가 선제적으로 노력하는데 비해 일본 측의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며 미래 파트너십 기금 출범 지연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진 센터장은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강제징용 문제와도 관련돼 있고 후원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부문에서의) 속도가 좀 느린 것이 아쉽고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노력도 주문했습니다. 진 센터장은 "강제징용 뿐 아니라 과거사 피해자들의 마음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의 불만은 언젠가는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의 반대도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등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도 "과거사 해법 등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의 과감한 행동은 높이 평가하지만, 반면 설득이나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교 정책은 힘이 없다"며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글, 사진 = KBS 뉴스 5월 10일 자 황정호 기자 보도 기사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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